성상현 ABP자산운용 전무
2026 서울머니쇼+ 강연
![성상현 ABP자산운용 전무는 30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6 서울머니쇼 플러스’에서 강연을 진행했다.[김현정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610/30/news-p.v1.20261030.d220c0466dca421a93e1288251b2e42c_P1.jpg)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결제 수단을 넘어 미국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배경에는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다.
성상현 ABP자산운용 전무는 30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6 서울머니쇼 플러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을 AI 산업과 미국의 재정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볼 때 AI 산업과 절대 별개로 보지 않는다”며 “AI 산업이 커지게 하기 위해서 국채를 조달하기 위해서 하나의 수단으로 확장시키려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의 출발점은 미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다. 미국은 정부 부채 비율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도 AI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성 전무는 미국이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었지만, 1945년부터 1970년까지 고속도로와 자동차, 가전제품 등 새로운 산업과 인프라를 육성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을 키워 부채 비율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역시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금을 늘려 빚을 갚기보다는 AI 산업을 비롯한 성장 산업에 자금을 투입해 GDP를 확대하고, 결과적으로 부채 비율을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GDP를 키워서 부채에 대한 비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지금의 반도체와 PC, 핸드폰으로 나오는 산업으로는 부채가 커지는 것보다 GDP를 빠르게 키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보조금과 감세,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자국 이전),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AI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성 전무는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면 이를 매입할 수요자가 필요하지만, 기존 해외 국가 중심의 국채 수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은 그 수요자를 각종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민간의 수요처로 바꾸려고 하는 법안을 핵심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와 연결되는 구조도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미국 정부가 AI 산업 등에 투자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려면 이를 사줄 수요자가 필요하다.
과거 미국 국채의 주요 수요자가 중국 등 무역 흑자국이었다면,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전 세계 개인과 기업까지 새로운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전무는 “개개인이 스테이블코인을 들고 있는 것이 결국 미국 국채의 수요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달러 패권의 역사적 흐름과도 연결된다. 강연에서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와 1971년 닉슨 쇼크, 1973년 페트로달러 체제의 형성 과정이 소개됐다. 국제 통화 시스템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한 사례는 미국 달러와 국채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각국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성 전무는 “정부는 무조건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만들어 볼 것”이라며 “그게 지금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달러의 개막전인 시대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가능성은 국채 수요 확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에이전트와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기술 생태계가 확대되면 기계와 기계 사이의 거래가 늘어나고, 이를 처리할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인간이 주체가 되는 금융거래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구매하고 다른 AI와 거래하는 환경에서는 24시간 작동하며 빠르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될 수 있다.
성 전무는 이러한 거래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활용되는 주요 결제 수단 중 하나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에서 AI 산업의 성장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확장이 맞물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 휴머노이드 산업의 생태계가 커졌을 때 이들이 서로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은행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생태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생태계가 점점 커지는 것”이라며 기존 금융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시스템이 공존하는 미래를 전망했다.
강연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또 다른 강점으로 통화 속도를 제시했다.
성 전무는 명목 GDP를 통화량과 통화 유통 속도의 곱으로 설명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을 많이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돈이 얼마나 빠르게 거래되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의 통화 유통 속도가 대략 1.3~1.7 수준인 반면, 서클(Circle)사가 발행하는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인 USDC는 15~30 수준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게 자금을 유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같은 규모의 자금이라도 더 빠르게 거래되면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푸는 방식으로는 경제가 커질 수 있어도 인플레이션으로 망해버릴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돈을 빠르게 돌리는 방식을 토대로 경제를 살리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