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영업익 1000조 불구 메모리 PER 3~4배로 낮아 이달말이 반등 '1차 분수령' 시기 여러번 나눠 분할매수를
굳건하던 반도체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점 대비 40% 넘게 내렸고 SK하이닉스도 120만원대까지 밀렸다. 저가 매수 기회라는 평가와 '반도체 사이클이 끝났다'는 비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증권사 목표주가마저 2~3배씩 벌어지며 투자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29일 개막하는 '2026 서울머니쇼 플러스(+)'에서 반도체 강연에 나서는 염승환 LS증권 이사,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동희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에게 반도체 투자전략을 물었다.
주가와 달리 이익 전망은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실적이 내년에도 견고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이 435조원으로 올해 추정치(269조원)보다 6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367조원에서 내년 568조원으로 55% 증가할 것으로 봤다.
달러당 원화값 가정을 1440원에서 1340원으로 낮췄는데도 전망치가 상향됐다. 범용 D램 가격 강세에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격 상승까지 더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 연구위원은 "환율이 크게 내려갔는데도 전망치가 오르는 건 예상보다 강한 업황과 공급 부족 심화 때문"이라며 "대규모 경기 침체가 없는 한 인공지능(AI) 투자는 쉽게 꺾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LTA)도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 메모리 실적은 1년 정도만 신뢰받았지만 이제는 2~4년을 믿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HBM 가격 전망도 탄탄하다. 이 센터장은 "올해 HBM 가격은 지난해 협상돼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꽤 많이 오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염 이사도 "가격이 오르는 속도는 둔화되겠지만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실적 때문이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그 대신 이익 전망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렸다고 평가했다. 주가 급락의 방아쇠로는 글로벌 금리가 지목됐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은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는 쪽에 베팅했다. 하지만 6월 하순부터 금리 상승 전망이 부각되며 반도체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졌다.
한 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주의 장기 가치가 깎인다"며 "특히 AI 설비투자 재원의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FCF) 악화 우려가 커졌고, 결국 '자본이 병목'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졌다"고 진단했다. 투자 지속성이 의심받자 메모리의 장기 실적은 물론이고 이를 전제로 한 주주환원 기대까지 흔들렸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 또한 "금리가 오르면서 AI 투자를 떠받치던 금융 구조가 흔들리자 시장이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이 유독 컸던 것은 메모리 이익에 대한 불신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주가는 기업 이익에 시장이 매기는 몸값인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 결정되는데, 이익 전망은 그대로인 채 PER만 낮아졌다. 염 이사는 "같은 반도체 국가인 대만 증시가 이달 1~16일 1.73% 하락하는 동안 코스피는 17.11% 빠졌다"며 "한국만 유독 하락한 건 현재 시장이 이익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가 반등의 1차 분수령으로는 이달 말부터 이어지는 빅테크·메모리 실적 발표가 꼽혔다. 한 연구위원은 "빅테크와 네오클라우드의 자금 조달 여력이 확인되면 현 주가에 반영된 과도한 비관론이 되돌려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걷혀야 메모리 실적 개선도 온전히 밸류에이션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 가격 상승세를 우려 완화의 근거로 꼽았다. 최근 AI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자금은 회사채 발행보다 GPU를 담보로 한 대출을 중심으로 조달되고 있다. 이에 GPU 인프라의 자산 가치가 입증되면 자금 조달 우려도 잦아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GPU 가격이 오를수록 자산 가치가 높아지고, 대출 기관은 시장 금리보다 임대 사업의 수익성을 근거로 자금을 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GPU 임대 가격 상승으로 투자금 회수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주가 회복 조건으로 자금 조달 불안 해소, LTA의 실제 작동,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외국인은 결국 밸류에이션을 볼 것"이라며 "한국만큼 저평가된 시장이 주주환원까지 강화한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LTA로 메모리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현재 3~4배인 메모리 PER이 20배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별 목표주가가 크게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달 제시된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27만원부터 61만원까지 2배 넘게 벌어졌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148만원에서 470만원까지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이에 염 이사는 "목표주가는 숫자보다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과도한 비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반등 시점을 섣불리 예단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와 금리 흐름 등 글로벌 거시 환경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현금 유출 속도 둔화 여부, GPU 임대 가격 상승세 등을 매 분기 실적 발표마다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가 매수에 나서더라도 분할매수로 접근하라는 주문도 뒤따랐다. 염 이사는 "밸류에이션이 절대적으로 낮아 하방은 단단하다"면서도 "한 번에 사기보다 3~4회 나눠 접근하고 레버리지 상품이나 빚을 낸 투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다만 증설 물량이 풀리는 내년 하반기는 경계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하이퍼리퀴드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의 고배율 주식 선물을 변동성 요인으로 지목하며 "시기도 나눠 투자하고, 예상이 틀릴 때를 대비해 여유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