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세일 기간을 노려야 대공황때와 상황 다르지만 美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면 급락종목 분할 매수 전략을 투자전략 밝힌 전문가들 美국채 투자 비중 늘릴 때 증시선 AI·바이오株 주목
'2025 서울머니쇼' 개막일인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가 향후 포트폴리오 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지나친 비관론과 낙관론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산 가격이 할인(하락)할 때 반복해서 오랫동안 매수하세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머니쇼'에서 자산 포트폴리오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미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는 "100세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기간이 앞으로 투자해야 할 기간"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스 CIO는 "최근 투자 시장에선 1930년대 대공황과 최근 미국 상황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때와 지금이 비슷한 건 오로지 광범위한 관세 부과뿐"이라고 말했다. 대공황 시절엔 직전 8년간 엄청난 주가 거품이 있었고, 금 본위제에 따라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현재와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공황이 오기 전 8년 동안 미국 시장 지수(S&P500)는 467%나 급등했는데 최근 8년 새 S&P500은 165%만 올랐다"며 "현재 미국은 정치적 변수를 차단하면서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유능한 중앙은행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미리 하락한 만큼 되레 대공황과 같은 단기적인 주가 폭락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에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은 안 오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기 침체는 대응해야 한다"며 "신흥국 자산과 금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스 CIO는 "내 나이가 53세이니까 앞으로 47년간 투자할 것을 감안한다면 선호하는 기업 주가가 하락할 때 평소보다 2배 많이 사겠다. 물론 포트폴리오 비율은 지키면서 매수할 것"이라며 웃었다.
브라이스 CIO가 제시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는 주식 53%, 채권 37%, 금 7%, 현금 3%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의 비중을 기존 5%에서 7%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주식에는 신흥국 주식과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주식 위주로 담으라는 조언이다.
이들 주식은 미국 예외주의가 강할 때 수익률이 나빴던 자산들이다. 그는 "신흥국 중에선 실적 개선 이유로 인도를, 선진국 중에선 정치와 경제의 합심에 따른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는 독일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이 정치·사회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특별함이 존재하고 있어 이 국가 자산에 투자할 시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것이란 굳건한 믿음을 뜻한다. 이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이날 머니쇼 연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달러 약세와 경기 둔화 예고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는 정치적 판단하에 주식보다는 채권시장 부양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며 "결국 채권 값은 올라가고 금리는 안정되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이 경우 채권 투자자들은 자본 이익과 이자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채권 비중을 높일 때라는 조언이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회사들과 국내 바이오 업체들을 매수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남석관 베스트인컴 회장은 "AI와 관련해 반도체 회사들을 빼놓을 수 없으며 삼성전자는 하락 시마다 매수할 것"을 강조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전무도 신흥국 주식들인 SK하이닉스와 대만의 TSMC가 최선호주들이라고 밝혔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수혜를 받는 국내 제약·바이오도 유망 업종으로 제시됐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따라 바이오 위탁생산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바이오 업체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통과하는 등 기술력도 갖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