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민감도 낮은 자산 주목
단기채로 안정적 수익 추구
시계제로 경제 상황 속에선
주식·채권·부동산 분산이 답
호실적 日기업 투자도 유망
엔화 직접 투자는 신중해야
◆ 서울머니쇼+ ◆
중동 전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악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어디 하나 마음 놓고 투자할 곳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재테크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으로 자산을 나눠 관리하고, 위기의 순간에 좋은 자산을 '패닉 매도'하지 않도록 최적의 자산 조합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달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2024 서울머니쇼'의 '일타 PB들의 재테크 찍어주기' 주식·펀드 세션에 나오는 전문가 3명(박순현 SC제일은행 자산관리부문 투자전략 및 투자상품 총괄,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을 미리 인터뷰했다.
지난 18일 서울머니쇼 사전 미팅에서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상품 총괄,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들 전문가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투자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요 자산이 기록하는 수익률 순위가 매년 다이내믹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최고 수익률을 냈던 중국 주식은 최근 3년 새 20% 안팎의 손해를 기록하며 부진한 상황이고, 2022년까지만 해도 고전했던 선진국 주식은 지난해 주요 자산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박순현 총괄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는 시장 참여를 지속하기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이 된다"며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꾸리기 어려운 투자자라면 기대수익률에 따라 포트폴리오 내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도 "국내 부동산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코스피보다는 나스닥100이나 일본 주식, 금에 투자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며 "국내 주식 보유자라면 미국 국채와 금으로 자산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들 전문가는 미국의 고금리 환경이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재테크 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올해 한두 차례 금리를 낮추고,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며 "고금리 환경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해 두고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별 자산군 중에서는 미국 주식과 주식형 펀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태형 부지점장은 "금리 인하 전망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았지만 고금리 환경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경제 체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최근 자산가들에게도 미국 주식과 주식형 펀드는 비중 확대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외 유망 투자 국가로는 일본이 꼽혔다. 박순현 총괄은 "일본은 올해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에서 1991년 이후 최대 인상폭의 임금상승률에 합의했다"며 "임금이 오르고 물가도 상승하는,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일본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좋은 만큼 토픽스지수를 기준으로는 상승 여력이 더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며 엔테크에 나선 투자자가 많지만 기대보다 엔화값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금리 인상이 시급하지 않고,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엔화 상승이 기대되지만 일본 중앙은행의 보수적 입장을 감안하면 상승 속도는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환경 연장에 대비하는 투자자라면 금리 민감도가 낮은 자산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나 미국 2년물 국채가 대표적이다. 박순현 총괄은 "금리 민감도가 낮은 단기채와 크레디트물을 담은 상품은 금리 하락 국면에서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는 한편 금리 상승 시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yjunh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