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옐런 금리인상 발언 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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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더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경제서밋'에서 "추가 지출이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매우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5조3000억달러를 쏟아부은 미국은 인프라 투자 등에 4조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옐런 장관 발언은 이런 계획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며 다소 원론적인 언급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해결 수단'과 같은 우회적이거나 완곡한 화법이 아닌 '금리 인상' 자체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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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은 2일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경기 과열에 따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옐런 장관이 경제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음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을 지낸 옐런 장관은 이 같은 재무장관의 발언이 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유동성 공급 축소(테이퍼링)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전임자인 옐런 장관의 발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씨티은행은 "4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이후 6월 연준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테이퍼링 관련 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해 4분기 중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2022년 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은 멀었다'고 외치고 있는 파월 의장의 공식 발언들과 달리 연준은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를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연준은 경제지표 전망치를 대폭 수정했다. 당시 올해 미국 성장률을 6.5%로 조정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이 보급되며 경제활동이 재개됨에 따라 전망치가 달라지고 있다. '연준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3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7%로 예상하는 등 연준 내부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4일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 전 단계 조치인 테이퍼링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자산) 매입을 조정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나중보다 더 이전에 이런 논의를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3월 미국 주택가격은 22년 만에 최대폭인 17.2% 급등했다. 이는 역사상 최저 수준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있으면 시중금리는 선제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부동산 급등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옐런 장관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포트폴리오를 낮추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옐런 장관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포트폴리오를 낮추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톰 디 갈로마 시포트 글로벌 홀딩스 매니징 디렉터는 로이터통신에 "안전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CNBC에 "모든 고객들이 경기 과열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