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암호화폐로 돈은 벌었는데 이유를 모른다면?

  •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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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알파&오메가-32] 100만원으로 전세자금 마련하기 ④
 

암호화폐 시장에서 공증된 정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출처=픽사베이
▲ 암호화폐 시장에서 공증된 정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출처=픽사베이

암호화폐 투자 체험기인 '100만원으로 전세자금 마련하기' 첫 회를 송고한 뒤 지인들로부터 꽤 많은 연락을 받았다. 응원을 받았지만, 우려도 있었다. 투자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 아니다. 보증금은 물론 관리비까지 현 거주 실태(?)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며,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자산 가치는 떨어지니 '돈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한 솔직함에 관한 지인들의 걱정이었다.

위해주는 마음에 대한 감사함과는 별개로 글앞에 솔직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여겼다. 오히려 솔직해지지 못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솔직함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암호화폐는 미래 대체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최신 정보기술(IT)로 풀어냈다. 이 말인즉슨 미래 자산으로 가치가 높아 보일 때 코인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다. 지난 한 해 계속 비틀거렸던 비트코인은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쭉쭉 상승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증시가 위기 상황과 함께 고꾸라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초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자 비트코인은 요동쳤고, 지난해 여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주목받을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1100만원을 터치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전 세계 금융시장의 공포가 커지면서 기존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대안 자산으로 암호화폐가 주목받고 있다고 해석한다. 잔인한 얘기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암호화폐는 주식시장의 테마주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한국거래소가 신종 코로나 관련 테마주에 투자경고종목지정 등 시장경보 조치를 내리며 증권시장에 크게 관여하는 것과 달리 탈중앙화 성격의 암호화폐 시장은 제재를 가할 수도, 그럴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에서 대부분의 주식은 실적이나 인수·합병(M&A) 등 상승 모멘텀이 어느 정도 명확하지만, 비트코인은 가격이 치솟는 입증자료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상승 기대감만으로 코인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로 비트코인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대체 투자처란 점 외에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언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이더리움 '몰빵' 투자 이후 점심 직전 차트를 봤다가 입맛을 잃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냉면조차 절반을 채 비우지 못했던 기자도 최근 원금을 회복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혹자는 올해 초부터 이어지던 암호화폐 상승 랠리 속에 이제야 원금을 회복했다며 '투자 실력 알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올랐으니 좋겠네'라고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입꼬리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소액 투자여서일 수도 있고, 급락 이후 투자금이 이미 손을 떠났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현재 투자 관점에서 상승장이 예상된다면 투입액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개인의 자산 가치가 단기간 내 크게 오르내리는 데 도대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용이 없으니 분석이 안된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기관도 없고 '큰손'이라 불리는 외국인도 따로 명시되지 않는다. 대신에 공증된 정보도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서 공시 정보를 제공하지만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 나태하고 시장은 주목하지 않는다. 암호화폐 회사나 코인을 투자 상품으로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그저 오르내리는 차트만 따라가기 쉽다. 투자 체험기가 막판을 향해가면서 가이드라인은 더 절실해졌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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