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매경데스크] 머니쇼에서 본 것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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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은 생물학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목이 마를 때 물을 찾는 것처럼 사회적인 갈증이 있을 때도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는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서울머니쇼'도 이런 사회적 갈증에 대한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두 가지 갈증이 눈에 띄었다. 먼저 '만남과 소통'의 결핍으로부터 오는 갈증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비대면 시대가 일상이 됐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생겨났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직장에선 영상으로 회의를 하는 것이 대세다. 급기야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의 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플랫폼도 잇달아 나왔다.

불과 1년여 동안 세상은 빠른 속도로 달라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고 두 눈을 마주 보며 소통하면서 즐거워하는 기본적인 욕망에 대한 출구는 막혔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갈증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260여 개 부스와 37개의 세미나를 열어 관람객을 맞이한 머니쇼는 이런 욕구들이 조금씩 분출된 작은 공간이었다. 세미나 연사로 참여한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또는 줌 미팅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현장의 반응이 궁금했다"며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서 직접 강연하면서 계속 머니쇼에 나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행사장 오기를 주저했는데 와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 '복부인' 부스에 참여한 A씨는 "다양한 스타트업 분야 종사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각자의 참여 목적과 이유는 달랐지만 그 근저에는 사람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것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인간의 역사 자체가 사람 간 만남과 소통의 기록이다. 목마를 때 물을 마시지 못하면 갈증이 심해지듯 사람 간에 만남을 할 수 없을 때 사회적 갈증도 커져간다.

역설적이지만 갈증은 결핍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홍수에 먹을 물이 없다'는 말처럼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지 못해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고 있었다. 데이비드 리 싱가포르대 교수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강의를 들은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껏 들은 강의 중 블록체인 개념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강의"라고 말했다. 네이버 등 각종 포털과 유튜브에는 수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과장으로 클릭을 유도하거나 홍보성 내용으로 현혹시키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원하는 정확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2016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출신인 B씨도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경기도 동탄 테크노밸리 상가 분양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얻었다"며 "역시 발로 뛰어 현장에서 얻은 정보가 진짜"라고 재테크 전문가처럼 말했다. 대화를 이어가 보니 그는 북한에서도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번 경험이 있다고 했다. 사회주의 독재 국가 북한에서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는 행사장에서 정보를 얻었지만 그 역시 북한 사회의 새로운 단면을 알려주는 '정보원'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생물학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미래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걱정도 커진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느끼는 '사회적 갈증'도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사회적 갈증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여기저기에서 무원칙적으로 폭발한다면 각종 부작용도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연내 코로나19 백신 확산을 통한 집단면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의학적 문제를 푸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 갈증'을 조금씩 해소해나가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때다.

[노영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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