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주식형펀드 투자 70%는 ESG 기업에…'한국판 블랙록' 떴다

  •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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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脫탄소 금융 시대 ◆ 

선택적 촉매환원(SCR) 소결기 설비가 설치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종전보다 최대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친환경 제철소 구축에 나서는 등 환경·책임·투명경영(ESG)에 주력하고 있다. [매경DB]
사진설명선택적 촉매환원(SCR) 소결기 설비가 설치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종전보다 최대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친환경 제철소 구축에 나서는 등 환경·책임·투명경영(ESG)에 주력하고 있다. [매경DB]

63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신한자산운용이 242개 투자기업에 서신을 보내 탄소배출량과 배출량 감축 목표, 저탄소·친환경 사업 현황 등 파악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투자 강화 기조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대표는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변화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신을 발송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준석 신한운용 팀장은 "질의서는 3개 부문 12개 질문으로 구성되는데 기대보다 훨씬 많은 기업(101곳·42%)이 구체적으로 응답해 놀랐다"며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는 83개 기업 중 82개 기업이 배출량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신한운용 투자 규모가 많은 상위 20곳의 응답률은 55%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한국금융지주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신한운용 질의서에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훈 신한운용 주식리서치팀 팀장은 "기후 리스크에 대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는 갈수록 회의적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면서 감축 목표가 없고 녹색사업을 확대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으며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달부터 신한운용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ESG 등급을 확보한 기업 비중이 70%가 넘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고 팀장은 "기준에 미달한 등급을 가진 A기업이 포트폴리오에 담기면서 70%에 미달할 경우 A기업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일부 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전체에 ESG 투자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각국 정부와 연기금, 국부펀드 등의 관심은 추상적인 사회적책임(S)과 지배구조(G)보다 구체적인 수치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는 환경(E)에 모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는 2050년까지 포트폴리오 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면서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 참여를 선언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운용사는 피델리티, UBS 등 세계 73개사로 운용 자산 규모는 무려 32조달러에 이른다. 

 

기업의 기후 리스크는 구체적인 공시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마련되고 있다. 2015년 12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위임을 받은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기후 관련 재무공시 협의체(TCFD)`를 만들었고, 2017년 6월 공시 가이드라인(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현재 78개국에서 1900개 이상의 정부부처, 금융회사, 민간기업 등이 TCFD에 참여하고 있다. 2018년 9월 신한금융지주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TCFD 지지 선언을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국내 제조업체 중에는 처음 TCFD 참여를 선언했다. 신한운용은 지난해 9월 국내 종합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TCFD에 동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CFD 권고안은 환경 정보 관련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약 40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TCFD는 물론 `탄소중립 연합`에 가입해 활동하며 2025년까지 탄소배출 기업 포트폴리오를 최소 16%, 최대 25% 감축할 계획이다. 18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GPIF는 2018년 12월 TCFD 참여 선언을 했으며, 도요타·소니·파나소닉·닛산·미쓰비시 등 일본 주요 기업 370곳이 TCFD에 가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까봐 많은 기업들이 신한운용 질의서에 회신을 한 것 같다"며 "일본 기업들이 줄줄이 TCFD에 동참한 이유도 GPIF 투자 리스트에서 배제될 경우 심각한 경영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85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전체 투자자산의 50%에 대해 ESG 기준을 반영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TCFD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만약 TCFD에 가입할 경우 투자 기업과 자금을 위탁한 자산운용사들에 대해 친환경·저탄소 요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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