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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프리미엄] 장수시대 생존전략으로 중요성 커진 '금융이해도' 2017.05.09
관리자  
▲ /삽화=양만금 화백
 

[전광우·손현덕의 통쾌한 경제-11] 인류의 평균수명이 40~50년을 사는 침팬지의 생존기간을 언제 넘어섰을까요. 그 답이 20세기에 들어서라니 놀랄 일이죠. 글로벌 고령화 추세는 지난 100년, 특히 20세기 후반에 본격화하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평균수명이 20년이나 늘어났고 오늘날 인간은 지상 포유동물 중 가장 오래 사는 개체가 되었습니다. 지난 20년간 평균수명이 10년 가까이 늘어난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현재 82세인 한국인 평균수명은 미국보다 3년 길고 최장수국 일본의 84세를 곧 추월할 기세입니다. 같은 기간 지구촌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명이 줄어든 북한과 대조되는 건 안타깝지만요.

세계 최초로 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독일입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얘기지만, '철혈 재상'으로 알려진 비스마르크가 근 130년 전 도입한 노령연금은 65세부터 지급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독일인 평균수명이 40대 초반이었던 걸 생각하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대부분 국민이 연금을 받아보기도 전에 세상을 떴다는 거니까요. 결국 독일 정부는 사회연금제도 도입을 통해 정치적으로 한건 했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남는 장사를 했던 셈입니다.

4년 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고령화시대의 국가전략' 세션의 패널리스트로 참석했는데 같은 패널로 만난 두 사람이 기억납니다. '청년은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노인은 빨리 가는 지름길을 안다'라는 속담을 소개하며 노후 경제활동을 강조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노동사회부 장관(현 국방부 장관)과 '청년고용과 노인고용은 상충적이라기보다 보완적'이라서 일자리에 관한 세대갈등의 근거는 없다고 주장한 노동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요, 일본 정년연장정책의 주역인 세이케 아쓰시 케이오대학 총장이 그들입니다. 열띤 토론 후 내린 결론은 고령화시대 핵심 과제로 국민적 금융이해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죠.

금융에 관한 지식, 태도, 의식 수준을 나타내는 금융이해도(Financial Literacy)가 장수시대에 특히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고령화시대의 복병은 건강, 직업, 가정 문제 등 다양하지만 대체로 노후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고통입니다. 노인빈곤율이 50%를 넘어 65세 이상 인구 2명 중 한 명이 빈곤층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제일 심각하죠. 일찍부터 생애주기별 재무 설계에 각별한 관심과 준비가 필요하단 얘기입니다.

국내외 리서치 기관이나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6년도 우리 국민의 금융이해도 수준은 OECD 목표점수에 미달하고 아시아 지역 하위권에 속합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데, 특히 청년층의 금융이해도가 낮고 '저축보다는 소비, 미래보다는 현재'를 선호한다는 서베이 결과 또한 걱정입니다. 청년실업 등 원천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금융지식을 넓혀서 체계적 노후준비를 하는 건 각자의 몫이지요.

'연금이 효자보다 낫다'는 말처럼, 100세 시대 준비의 핵심은 연금입니다. 노후소득은 국민, 퇴직, 개인연금의 3층 보장체계가 바람직한데 그중 국민연금은 가장 기본적인 노후자산입니다. 국민연금이 튼튼해야 국민노후가 든든하단 말이죠. 공적연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나 기금 운용 시스템 개혁, 나아가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도 금융경제 원칙에 입각한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세계 최장수 국가로, 여성 평균수명은 사상 처음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령화 대책은 그만큼 절박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출처 : 2017. 05. 08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국민연금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