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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프리미엄] 중소기업부 신설한다고 '피터팬증후군' 없어질까 2017.05.03
관리자  

▲ /삽화=양만금 화백

 

[전광우·손현덕의 통쾌한 경제-10] 차기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말로만 도와준다, 육성한다는 게 아니라 실제 기업정책이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확 바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현재 정부 조직에 중소기업청이 있습니다. 1996년 산업자원부 중소기업국이 떨어져 나와 외청(外廳)으로 독립한 것이지요. 이걸 이제는 독립부처로 만들겠다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습니다. 사실 부처 하나를 독립시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을 다루는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대기업이니까 산업부에서 하고, 여기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도급업체는 중소기업이니 중소기업부에서 담당한다고 하면 복잡한 일들이 발생하겠지요.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참 아이러니컬한 게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많은 나라가 없습니다. 세계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가장 심각하지요. 이것도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일 겁니다.

저는 중소기업부가 생겨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부가 단지 중소기업이란 이유로 보호해주고 지원해준다면 그건 결코 답이 아닐 겁니다. 꽤 오래 전입니다. 제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을 때인데 15년 전입니다. 그 때 미국의 중소기업청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과장급 정도 되는데 담당자가 먼저 중소기업 정책의 개요에 대해 설명을 해주더군요. 파워포인트를 띄워 브리핑을 하는데 첫머리에 나오는 것이 누구나 다들 알 만한 기업체의 로고였습니다. 지금 기억으로는 나이키, 휴렛패커드 같은 기업이었습니다. 이걸 첫 장에 띄운 건 미국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이제는 어엿한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라는 겁니다. 지원을 해줬더니 이렇게 성공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뇌리에 박히는 말을 한마디 했습니다.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아 중소기업이 아닙니다. 아직 대기업이 되지 않아 중소기업입니다. 모든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시작합니다. 중소기업은 바로 미래의 대기업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을 보면 다는 아니지만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기업들이 꽤 됩니다. 너무나 유명한 말이지만 이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하지요. 피터팬은 네버랜드에서 꿈과 공상 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영원한 소년입니다. 이곳에서 그는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아이로 남을 수 있습니다. 어른(대기업)이 되지 않고 영원히 아이(중소기업)로 남고 싶어 하는 기업. 이런 곳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주면 그야말로 혈세를 낭비하는 셈이 되지요. 아예 대기업이 되지 않으려고, 그러니까 중소기업에 남아서 혜택을 보려고 덩치가 커지면 회사를 쪼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 벤처로 출발해 매출 1조원까지 된 회사는 손가락에 꼽습니다. 약간 과장적인 표현을 쓰자면 대부분의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은 어찌 보면 중소기업 죽이기 정책에 가깝습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셈입니다. 중소기업 하면 모범 사례로 꼽는 나라가 대만이지요. 그런데 대만은 역설적이게도 중소기업 대책이 가장 없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중소기업을 어떻게 하면 대기업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여기에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주고,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두고, 국외시장 개척하는데 애로가 있다면 이를 돌파해주고 하는 정책들 말입니다.

행여 중소기업들 표를 의식해 그들에게 시혜적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건 일종이 복지대책입니다. 복지정책은 사람에게나 쓸 정책이지 기업에 쓸 정책은 아닙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께서는 야속하다 하실지 모르겠으나 기업은 경쟁이 본질입니다. 피 터지게 돈 벌자고 하는 일입니다.
 

 

출처 : 2017. 05. 02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