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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프리미엄] 동학개미들 증시에서 최후의 웃는 자가 될 수 있을까? 2020.06.24
관리자  
남북 긴장 고조 영향으로 코스피가 하락세로 출발한 17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코스피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남북 긴장 고조 영향으로 코스피가 하락세로 출발한 17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코스피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33] 주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해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상승하면 그날 뉴스에서는 '오늘은 기관과 외국인들의 쌍끌이 매수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을 한번에 쏟아부을 수 있어 시장의 큰 흐름을 좌우할 수 있었던 투자 집단은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 투자자였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개미'로 비유되며 시장에서 거대한 두 세력의 흐름을 관찰하다가 이들을 투자를 추종하는 집단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 집단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학개미'라는 이름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급락하던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 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감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실물 경제에 불확실성 커지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 의식이 고조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 3월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400 이하로 하락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주가가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통화량을 확대시켜 온 것도 개인들이 투자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만들어 공격적 투자가 가능하도록 도왔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투자 행태는 행동경제학의 앵커효과(anchor effect)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 즉 지난 3월 개인투자자들은 1400 아래에 있는 종합주가지수를 보면서 불과 2개월 전 2100을 상회하던 종합주가지수가 생각났을 것이다. 이전에 주식 가격과 종합주가지수가 눈에 익었던 투자자들은 몇 개월 전보다 현저히 낮게 하락한 최근 수치들을 보면 쉽게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순하게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증시가 회복되면 40~50%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이 같은 산법으로 올해 대략 25조원 이상 개인투자자 자금이 증시로 추가 유입됐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미국 증시에도 나타나고 있다. 소위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불리는 개미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소액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로빈후드'는 지난 1분기에 계좌 300만개가 신규 개설됐으며, 최근에는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개미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의 큰손인 워런 버핏이나 칼 아이칸이 손실을 감래하고 매각했던 항공사, 렌터카 주식을 매입해 3~4배 이상을 수익을 얻었다. 이처럼 3월부터 국내외에서 시작된 개인 자자들의 공격적인 주식 매수는 하락하던 시장 흐름을 상승세로 바꿔 수익까지 창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보다는 누적 확진자 수가 아직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시에 준하는 경제 정책들로 지금의 경제는 유지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안정기에 접어들어 정부 역할이 감소하면 바이러스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앵커효과에 기반해 개인들이 '묻지마식 투자'를 고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 3월 국제 유가가 1월에 평균 가격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하자 원유 가격의 반등을 기대한 개인들이 국제 유가를 기초상품으로 하는 ETN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국은 원유 가격 변동치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 상품 가격이 2월 대비 80~90%가량 폭락했으며, 미국에서 판매된 원유 가격 변화의 3배를 추종하는 ETN 상품은 상장 폐지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워런 버핏과 칼 아이칸은 손실을 보며서 주식을 팔았지만 개인들은 이들 주식을 사들여 높은 수익을 얻었다. 따라서 지난 2개월의 투자 성적표만 보면 방대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던 전문가들보다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예측을 더 잘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에서 개인들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물론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기준 금리를 인하해 늘어난 유동성이 주식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증시에 나타난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현상 역시 주가 상승에 한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부가 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사육할 때 그것이 잘 자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농부의 예언은 농작물이나 가축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자산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 가격은 농작물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그것은 곧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에서 자산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의 다양한 분석과 판단이 하나로 모아진 결과다. 따라서 시장에서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견해를 반영해 거래를 시작하면 시장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증시가 급락했을 때 직관적인 투자자들이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으며, 향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을 기대(예언)하면 이는 실제로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경기가 안정적일 때보다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외부에 큰 충격이 발생해 시장이 급격히 출렁일 때는 같은 시기에 비슷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최근 글로벌 증시는 투자자들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실현되기에 좋은 환경이다.

결과적으로 최근 확장적 통화 정책과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상반기 주식 시장은 개미들이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개미들이 단기적인 승리에 취하기에는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통화 정책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짧은 기간에는 유지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증시 흐름이 호전되려면 펀더멘털, 즉 실물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물 경제가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하면 증시는 후퇴하는 실물 경제를 반영해 장기간 침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짧은 승리에 심취한 개인들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 잡혀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주의해야겠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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