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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Money Show 2019

[매경프리미엄] 인류 3대 발명품 중 하나인 화폐의 3대 기능 2019.04.15
관리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2]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품 3가지를 뽑기 위해 투표를 한다면 무엇이 선정될까? 많은 사람들이 불과 바퀴를 인류가 역사적인 도약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한 발명품으로 손꼽을 것이다. 불은 인간이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해줌으로써 고기나 곡물을 씹고 소화하는 데 써야 할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해줬다. 음식물을 섭취하는 시간을 절약한 인간은 생존을 위한 1차원적인 활동과는 결이 다른 수준 높은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불은 나약한 인간을 맹수로부터 보호해주고, 금속과 같은 도구를 개발하고 개량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바퀴는 인간이 엄청난 무게의 물자들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인간에게 물리적인 거리와 중력을 극복해 건물을 만들고, 도시를 설계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인류 3대 발명품 가운데 불과 바퀴를 제외하고 남은 하나를 선정하는 과정인데 마지막 하나를 선정할 때는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식과 문명이 전파되고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종이를 발명품으로 추천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아마도 전기나 인터넷을 중요한 발명품으로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교수는 자신의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인류 3대 발명품의 남은 후보로 주저없이 화폐(중앙은행제도)라고 기술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돈'(화폐)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화폐가 정말 앞에서 말한 불이나 바퀴와 같이 인류의 역사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잘 알려진 화폐의 3대 기능인 '가치저장' '가치척도' '교환'을 기계적으로만 외우지 않고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 되짚어 보고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새뮤얼슨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화폐가 통용되는 시장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자기에게 필요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지 않고 돈을 대신 받는다. 내가 지금 다른 사람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화폐는 언제든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신뢰는 경제 발전에 큰 동력이 되었다. 과거 위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왕이나 부자들도 누릴 수 없었던 최첨단의 생활을 지금의 중산층은 누리고 있다. 사람들은 고속철도나 비행기를 이용해 반나절 만에 수백 ㎞ 이상 떨어진 지역을 쉽게 여행할 수 있다. 퇴근 후 텔레비전을 켜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당대 최고의 연기자들과 가수들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이처럼 평범한 인류가 수준 높은 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도로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시장경제 덕분이다. 만일 인간이 자급자족하는 경제 제도를 고수해 왔다면 대부분의 인류는 정글에서 생활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처럼 생존과 직결된 절대적인 필요도 다 채우지 못해 매일 불안해하며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화폐는 많은 사람들이 고도로 분업화된 자신의 업무만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해 소득을 얻고, 그 소득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산물과 교환하는 경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화폐는 모든 사람들이 그 가치를 잘 알고 있는 표준화된 '가치척도'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화폐'라는 공통된 단위(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직관적이고 쉽게 특정 사물이나 행동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래퍼들이 얼마나 음악을 잘하고 인기가 있는 가수인지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게 설명하려면 많은 시간과 여러 정보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아주 쉽게 젊은 래퍼들이 얼마나 인기 있고, 음악을 잘하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이들이 1년간 벌어들이는 수십억 원의 출연료나 저작권료를 알려주는 것이다. 엄청난 래퍼들의 수익을 듣고 나면 어르신들은 그들의 음악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처럼 화폐의 가치 척도 기능은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생산하고 거래할 때 그것의 가치를 설명하는 수고와 자신의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비교하는데 의사결정 과정을 이주 간소하게 만들었다. 소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격이 현실에서 화폐라는 도구로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또 화폐의 가치저장 기능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과거 자급자족을 하던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리 사냥을 잘해도,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자신이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양 이상은 생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화폐가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산 활동 결과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평생 다 쓰지 못한 양의 상품을 생산하고도 계속해서 더 많은 수량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유인을 갖게 된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화폐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히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공기나 햇볕처럼 그것이 없어지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최근 정부의 재정 적자와 통화 정책의 실패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생각해보면 화폐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신뢰를 잃으면 통화 당국이 발행하는 법정 화폐는 말 그대로 종이 조각이 된다. 화폐 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해 최근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물건을 구할 수도 없고, 많은 국민들이 생존을 위해 이웃나라에 불법으로 취업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1차 대전 이후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마르크화가 화폐 기능을 상실하자 독일 경제는 파산했고, 냉정하고 지적이던 독인 국민들은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었다. 히틀러를 추종하고,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는 역사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처럼 화폐는 현대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인류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따라서 현대에 와서 국가의 역할은 위와 같은 화폐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지 관리하는 것이고, 이것은 국방이나 복지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처럼 인류 경제 발전에 한 획을 그었던 화폐는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새로운 도전을 맡고 있다.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전자화폐가 등장했고, 중앙은행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고, 가격이 급락했을 때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처음 실물 거래에 사용된 사례는 피자를 재미 삼아 구매했던 일이다. 이때 비트코인 개발자가 피자 한 판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했던 비트코인의 가치를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가장 높았을 때로 환산하면 40억원이 넘는다.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투자 수단으로만 보유할 뿐 실거래에 사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즉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커 아직은 화폐로써 가치척도, 가치저장, 교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던 시절,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앞서 살펴본 화폐의 3대 기능을 근거로 가상화폐의 가치와 가능성을 평가했다면 투자로 발생할 부작용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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