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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프리미엄] 박봉·사표·해고···미국 교사·공무원들은 지금 '멘붕' 2018.05.04
관리자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21]
공립교사들, 10년째 봉급 동결에
우버 운전사, 잔디 깎기 등 '투잡'

여야 정치게임 희생양 되기도
'셧다운' 사태에 80만명 일시해고

국무부 공무원,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정책 반대 위해 사표 써서 들고 다녀
 

미국 공립학교 교사 천여 명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투싼에서 교사 처우 개선과 교육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 미국 공립학교 교사 천여 명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투싼에서 교사 처우 개선과 교육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최근 미국은 공립교사 수만 명의 동맹휴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4월 27일(현지시간) 콜로라도와 애리조나주 교사 수만 명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콜로라도 주도 덴버에서는 교사 1만여 명이 '교사들은 단지 펀드(기금)를 원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행진을 벌였다.

웨스트버지니아·오클라호마·켄터키주에서도 교사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공립학교 교사들의 수업 거부 시위로 학생 23만4000명이 소속된 학교 수백 곳이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오히려 교사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공립학교 교사들의 처우가 너무나 열악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주 교사의 연봉은 불과 4만5000달러로 지난 10년간 동결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내 대학 졸업자들의 평균 연봉이 6만6456달러라는 미국 노동통계청 자료를 고려해볼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에 오클라호마주 교사들은 퇴근 후 우버 운전사를 하거나 남의 집 잔디를 깎아주는 등 부업으로 생계를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선망의 대상'인 공무원이 미국에선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공립교사들의 사례처럼 낮은 임금을 받아가며 사명감으로 버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는 정치싸움의 희생양이 되거나 신념과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고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방 공무원들의 이러한 어려움은 주 정부가 적자에 허덕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2017년 미국 51개 주 정부 중 27개 주의 예산이 전망치에 미달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주 정부 신용등급 평가에서도 지난해 등급이 올라간 주는 없었던 반면 떨어진 주는 8개나 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파격적인 기업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등 세금 징수에 소극적이며, 여기에 낡은 세율 체계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옮겨가는 경제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등 많은 주 정부가 불황에 대비해 잉여금을 일정 비율로 적립해둔 '레이니데이 펀드'에 의존하고 있으며, 오클라호마주는 그 기금마저 다 소진해 재정 긴축에 돌입한 상황이다.

주 정부는 재정 긴축을 위해 교육 예산에 손을 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0년간 오클라호마주의 학생 1인당 예산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콜로라도 교원협회의 케리 댈먼은 로이터통신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나눠줄 종이와 지우개, 펜 등을 사기 위해 매년 656달러를 자기 호주머니에서 꺼내 써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뜻하지 않게 정치싸움에 휘말려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여야 갈등이 격화되며 공무원들의 업무와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행정부의 2018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가 의회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일어난 '셧다운'(연방정부 한시 폐쇄)이다. 셧다운이 일어나면 치안·소방 등 극히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정지되며 정부 공무원 80만명이 강제로 무급휴가를 떠나야 한다. 셧다운을 무시하고 고의로 업무에 나설 경우 5000달러의 벌금이나 최대 2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공무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셧다운 위기를 맞았으며, 이 중 두 차례는 실제로 셧다운이 일어나 모든 업무가 정지 되는 사태를 맞았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올해 9월에 예정돼 있다. 미국 공무원들은 언제 또 셧다운이 발생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절제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이골이 난 공무원들은 소신을 꺾을지, 사표를 낼지 갈림길에 서서 고뇌하고 있다.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은 수많은 미국 연방 공무원이 자신의 소신과 다른 대통령 앞에 사표를 낼 것인지, 현직에서 저항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틱이 인용한 한 국무부 직원은 "(내가 떠나면) 미친 자들만 남을 것인데, 그들에게 내가 하던 일을 맡길 수 없다. 달아나지 말고 남자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국가안보 직무 관련 관리들이 물고문, 무차별 사찰 등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정책이 부활할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 부서를 떠날 수 있도록 사표를 써 다닌다고 전했다.

 


입력 : 2018.05.01 [안정훈 국제부 기자]